참 좋은 아빠
....작성자 ..일산 ....등록일 ..2014-07-1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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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 직장인 A씨는 그동안 회사 일 열심히 하느라 앞만 보고 달려왔다. 어느새 아이들은 중학생과 초등학생으로 자랐다. 문득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좋은 아빠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다가갔지만 아이들은 불편해했다. ‘친구 같은 살가운 아빠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내와도 데면데면한데 아이들까지 멀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 했다.

그렇다. 많은 아빠들은 아이들과 그럭저럭 지낸다. 그저 열심히 일하여 가정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것을 아빠로서 책임이자 사랑이라 생각한다. 그러다 세월이 지난 후 그게 잘못인 줄 깨닫고 아이들에게 손을 내민다. 그새 아이들은 저만큼 커버렸는데…….

 

이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지성 이어령 박사도 딸이 세상을 떠난 여든에서야 비로소 깨달았다고 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다. 아니 딸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았다! 는 생각이 자꾸 떠오르면서 가슴이 아려온다. 한 번은 사람들과 식사하고 나오는데 딸아이가 춥다고 하기에, ‘다 같이 추운데 왜 그러니?’라고 했다. 그 애가 암 환자라는 걸 이해하지 못한 체. 또 눈이 아팠을 때도 그랬다. 어느 날 딸아이의 컴퓨터를 쓰려는데 아이콘을 크게 해놓아서 작게 바꿔놓았다. 그리고는 ‘너는 컴퓨터도 쓸 줄 모르니?’라고 했다. 딸애는 ‘아빠는? 내가 안 보여서 그런 건데…’ 세상에 이럴 수 있을까. 가장 사랑하는 딸한테. 내가 진실로 그 애를 사랑했다면 과연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너무나 후회가 되어 생각할수록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다.

 

지금도 가장 후회되는 건, 책을 읽거나 글 쓸 때 아내와 아이들은 없고 오직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것이다. 심지어 딸아이가 인형을 안고 와서 ‘아빠 굿 나잇!’할 때도 돌아보지 않고 그저 건성으로 대답했다. ‘응 그래, 잘 자!’하고 한번 안아주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린다고. 너무나 후회가 된다. 딸아이는 하루 종일 아빠를 기다렸는데 쳐다보지도 않았으니 예민한 아이는 굉장히 큰 상처를 받았을 거다. 이제 와 돌아보니 ‘글 같지 않은 글’ 쓰느라 아내와의 시간, 아이들과의 시간을 모두 빼앗았다. 그런 생각을 하니 얼마나 큰 죄를 지었는지 모른다.

 딸을 잃었을 때나 아내와 아들을 볼 때마다 ‘내가 이들에게 무슨 짓을 했나?’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다른 아빠들은 아이들을 다 안아주는데 딸아이는 아빠한테 안겨보지도 못했다. 이제는 돌이킬 수가 없다. 그때 그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그 ‘굿 나잇’의 순간은 절대 돌아올 수 없으니 딸아이가 생각날 때마다 너무도 고통스럽다”고 했다.

 

아빠와 아이가 웃고 있는 사진


 

 

요즘 아빠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어릴 때 아빠가 잘 놀아준 아이는 머리가 좋다. 아빠와 스킨십을 많이 한 아이는 사회성이 좋다 등등’ 이 기회에 나는 어떤 아빠인지 스스로 한번 체크해보자. ‘나는 아이에게 공감해주는가?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고 있는가? 아이의 친한 친구는 누구이고, 그 애들과 함께 맛있는 걸 먹어본 적이 있는가? 아이가 잠들 때 동화를 읽어주거나 옛날 얘기를 들려준 적은 있는가? 아이들과 함께 공을 차거나 몸을 부딪치면서 자주 놀아보았는가? 엄마 없이 아이와 함께 여행이나 등산해본 적이 있는가? 아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해하고, 무슨 고민이 있는지 직접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런 질문을 들으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아빠들이 많다. ‘난 못난 아빤가 보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되지?’라며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지금도 늦지 않다. 비록 자녀가 성인이 되었더라도 괜찮다. 자녀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아빠에겐 아이일 뿐이다. 아빠가 어떻게 다가가느냐에 달려있다. 진심을 담은 손을 내밀자. 환심을 사기 위해 지나친 선물을 하거나 과장해서 표현하지 말고. 그러다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의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사랑하는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면 된다. 혹여 지난날 잘하지 못했으면 그땐 왜 그랬는지 솔직하게 얘기하자. 말하기가 쑥스러우면 글로써 전하면 더욱 감동을 줄 수 있다. 처음엔 어색할지라도 첫발만 내디디면 그 다음은 한결 쉽다. 자녀들도 아빠의 진심을 곧 알게 되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다가가자. 물론 쉽지는 않다.

 

어느 대기업 CEO의 이야기다. 회사생활 30여 년 동안 가족과 휴가 한번 가지 못하다 퇴사하는 날 처음으로 가족여행을 갔다. 항상 아이들이 잠자는 새벽에 출근하고, 잠이 든 12시가 넘어서야 퇴근을 했다. 거기다 일 년의 절반 이상 해외에서 보냈다. 그렇게 일하느라 아이들 얼굴 볼 시간조차 없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그런데도 아이 셋은 다정한 아빠라고 생각한다. 그건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나 시험 시기에는 비록 해외에서라도 항상 전화하여, “오늘 무슨 날인데 잘 지냈니? 내일 무슨 시험인데 공부하느라 힘들지?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마. 내일 잘 보면 돼. 아빠가 항상 너와 함께 있다는 걸 알지?” 아이들은 그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깜짝 놀랐단다. ‘아빠가 저렇게 바쁜 중에도 나한테 관심 가지고 있구나!’라며. 아내가 아이들에 관한 정보를 미리 알려준 덕분이다.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있고, 무엇을 좋아하고, 친한 친구가 누구이고, 잘한 것은 무엇인지, 언제 생일인데 선물은 무엇이 좋은지 등등. 또한 아내는 아이들한테도 “아빠가 지금 무척 바쁜데도 항상 너희한테 관심을 갖고 있다. 아빠가 너희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지?”라며 메신저 역할을 잘해주었다. 다정한 아빠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도, 회사에서 CEO로서 큰일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아내가 잘 도와준 덕분이라고 했다. 이 아내 역시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 역할을 해준 남편 덕분에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그렇다. 사실 남자들에겐 경쟁이 치열한 직장생활만도 힘이 든다. 거기다 아이들도 잘 모르고, 아내도 잘 모른다.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할 줄도 모른다. 또한 알더라도 서투르기 그지없다. 아무리 좋은 아빠,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어도 아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어렵다. 하지만 아내가 중간에서 도와주고 지혜를 주면 늦더라도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 그래야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란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대인관계 카운슬러인 스테판 B. 폴터는 저서 ‘아버지 요소’에서, 자녀가 태어나 성장하기까지 맺은 아버지와의 애착관계가 성인이 된 후 가정과 직장에서 인간관계, 일, 의사결정, 윤리, 돈, 성 등과 같은 모든 생각이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요소라고 했다.

 

아이들은 아빠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아이들이 성장해가는 과정은 아빠로부터 멀어져 가는 과정이다. 지금이라도 아내에게 도움을 청하자. 나도 좋은 아빠가 되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그러는 과정에서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물론 좋은 남편이 되는 길이 먼저다.


 

당신은 지금 어떤 아빠인가요?


출처  미즈매거진